天下莫柔弱於水, 而功堅强者, 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是以聖人云, 受國之垢, 是謂社稷主, 受國不祥, 是謂天下王, 正言若反.
천하막유약어수이공견강자, 막지능승, 이기무이역지. 약지승강, 유지승강, 천하막부지, 막능행. 시이성인운, 수국지구시위사직주, 수국불상시위천하왕. 정언약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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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여덟째 장
직역
하늘아래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견고하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데 그것을 이길 것은 없다. 그 것을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굳셈을 이긴다. 하늘 아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건만, 능히 행하지 못한다.이런 까닭에 성인은 말한다. 나라의 더러움을 지니는 이것을 일컬어 사직의 주인이라 한다. 나라의 상서롭지 못함을 지니는 이것이 하늘 아래 왕이 되는 것이다. 바른 말은 반대인 것 같다.
해석
자주 인용하는 말이지만 떨어지는 물은 바위를 꾀뚫는다. 물의 약함은 진정으로 약한 것이 아니다. 강함이 승화되어서 약해 보이는 것이다.
왕은 나라의 부귀를 한 몸에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왕이 아니라 도적이다. 왕은 천하의 일을 자신의 일로 삼고 뛰어다니는 사람이다. 따라서 나라의 온갖 일에 뛰어든다. 일이란 무엇인가. 힘들고 괴로운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일은 서로가 나서서 할려고 하기 때문에 왕이 나설 필요가 없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나서서 하는 사람이 왕이다. 그래서 나라의 온갓 힘든 일을 나서서 하는 것이다. 임금이 되어서 부귀를 누리려 한다면 그는 도적인 것이다. 도적 중에서도 아주 큰 도적이다. 백성들의 고혈을 훔치는 자이기 때문이다. 노자의 왕관은 우리가 생각한 기존의 왕관과는 다르다. 하늘 아래를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이 바로 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왕은 역사 이래로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지금의 현실에도 왕은 도적처럼 보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면에서 수천년전에 백성들을 위해서 온갖 어려움을 뒤집어 쓰고 나가는 왕을 찾은 노자는 꿈을 꾸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때에 이런 왕을찾다니, 그러나 이러한 꿈이 있었기에 세계는 그나마 지금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다. 노자의 시대보다는 지금이 더욱 이러한 왕을 만들기가 쉽다. 지금의 왕은 우리가 만들 수 있다. 한 표를 소홀이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지도자는 아주 작은데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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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이 세상에서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단단하고 강한 것을 치는 데는 물보다 더 유능한 것은 없다. 물과 바꿀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억센 것을 이긴다는 이치를 이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능히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말했다. 나라의 욕됨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를 사직의 주인이라 하고, 나라의 불상사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를 이 세상의 임금이라 한다. 도에서 나온 올바른 말은 진실과는 반대되는 것 같다.
주
사직: 사는 토지신, 직은 곡신을 지칭함. 땅과 곡식이 없으면 백성이 살아갈 수가 없고 나라도 유지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나라마다 사직단을 만들어 토지신과 곡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빌었다. 이 제사의 제주는 임금이었다. 사직은 곧 국가나 조정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정언약반: 도에서 나온 올바른 말은 세상 사람들이 신봉하고 있는 상식이나 진실과는 어긋나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임.
해
이 세상에서 물은 가장 부드럽고 약한 존재이지만, 억세고 단단한 것도 물의 힘을 당해 내지는 못한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모진 것을 이긴다는 이치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지만 이것을 실생활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인은 나라의 온갖 욕됨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며, 괴롭고 해로운 일도 회피하지 않는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큰그릇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이 세상의 으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도에서 나온 올바른 말은 언제나 세상 사람들의 상식이나 진실과는 어긋나는 것처럼 들린다. 이 장에서 노자는 다시 한번 부드럽고 약한 것이 억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이치를 물의 경우를 들어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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