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爲士者不武, 善戰者不怒, 善勝敵者不與,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之德, 是謂用人之力, 是謂配天古之極.
선위사자불무, 선전자불노, 선승적자불여, 선용인자위지하, 시위부쟁지덕, 시위용인지력, 시위배천고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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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탁월한 전사는 무용을 떨치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이는 노여움을 보이지 않으며, 가장 잘 이기는 이는 적과 함부로 다투지 않으며, 사람을 잘 쓰는 이는 상대방에게 내 몸을 낮춘다. 이것을 다투지 않는 덕이라 하고, 남의 힘을 쓰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또한 하늘의 지극한 높은 이법과 일치하는 일이라고 한다.
주
사: 무사, 전사 무: 무용을 발휘하다, 용맹을 과시하다. 무란 남보다 먼저 나아가 적을 무찌르는 것을 의미함. 불여: 정면으로 맞상대하여 싸우지 않는다는 뜻임. 배천지극: 하늘의 지극히 높은 이법과 일치하는 것. 배천고지극의 고자는 후세에 삽입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음. 하늘의 이법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형이상학적 이상일 것이다. 이것은 도가와 유가의 공통된 이념이요 이상이기도 하다. 역경에는 '역도의 광대함은 천지와 일치하고, 변통은 춘하추동의 교체와 일치하며, 음양의 변화는 해와 달의 교체와 일치하고, 쉽고 간편한 선성은 인간의 지덕과 일치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송대 성리학의 개척자의 한 사람인 주림 계의 태극도설에는 '그러므로 성인은 천지와 그 덕을 합일하고, 귀신과 그 좋은 일 궂은 일을 합일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천도와 인도를 동일한 성격으로 간주하며 그것의 합치를 이상으로 하는 것은 동양 철학의 특성이기도 하다.
해
싸움을 잘하는 용사는 자신의 용맹을 함부로 과시하지 않는다. 그는 정면에서 적과 맞상대하며 싸우려 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그가 진정으로 싸움 자체를 즐길 생각도 없을 뿐더러 전술상으로도 현명한 방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재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남에게 자신의 몸을 낮추어 겸양한 태도를 보인다. 이것은 결코 남의 힘을 이용해 보겠다는 약삭빠른 처세술에서 나온 태도는 아닌 것이다. 그가 이렇게 처신하는 것은 남의 재능을 아끼고 그 인격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남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협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옛날 주의 문왕은 위수에서 낚시로 소일하던 태공망 여상을 예를 갖추어 모셔 와 주나라를 흥왕케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한 바 있다. 또한 촉한의 소열제는 비육 지탄을 삼키고 있을 때 젊은 서생인 제갈양의 초려를 세 번씩이나 방문한 바 있었다. 이에 크게 감격한 공명은 일개 객장으로 늙어 가던 유비를 그의 천하삼분책으로 제왕의 자리에까지 인도한 바 있다. 이것은 그릇이 큰 인물이 인재를 쓰는 참된 의미의 용인술인 것이다. 원래 중국인들의 기략에는 적의 성채를 무력으로 공격하는 것을 하책으로 보고 그 마음을 공략하여 감복케 하는 것을 상책이라고 한다. 남과 다투지 않고 너그러움과 겸손과 자애로써 처신하는 것은 하늘의 지극히 높은 이법과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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