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 - 윤영환
나는 늘 덜 익은 과일
먹지도 못하는 씁쓸한 놈
손대지 않도록 익어가길 거부한다
내 삶을 그 누구도 만지지 못하게
난 익지 않은 채로 여기 늘 있으리
따기도 귀찮은 추한 모습으로
먹어 본 자는 알고 있다
뱉어내야 하는 괴로움을
익지 않은 것은 외로운 평화
아름답게 익어가는 추한 몸부림은
고독으로 뭉친 승무와 헛갈린다
손대기 싫은 추한 모습으로
커피 향이 코를 지나면
한 번 더 익어가는 삶
사각거리는 펜촉의 너울거림
한 번 더 익어가는 나
적혀지는 나는 풋내나는 과일
언젠가 누가 나를 알아보면
빨간색이라 말하며 나를 만지겠지
그리곤 따먹어 버릴 테지
그래서 난 익지 않으리
어두운 위성에 흡수되는 유성처럼
너에게 소화되지 않으리
먹지 마
늘 뱉어낼 테니까
詩時 : 2022.09.25. 13:56 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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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기도 귀찮은 추한 모습
이런 모습은 누구나 있어요
인생은 시간 순이 아니죠
어쩌면 역순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린 과즙 가득하고 영양 가득한 채로 엄마가 낳아주셨죠
아름다운 풋내죠
그런데 따먹으려고 하는 욕심이 생기는 순간
그 욕심은 나를 좀먹고 말죠
그래도 풍문님처럼 그 아름다웠던 풋내를 기억하는 분들이 계셔서
우리는 오늘도 버리고 끊고 덜어내는 연습을 해야하는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