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는 가
찾아 온 이가
무엇으로 그리 고단한 분홍빛인가
선인의 말들이
자네에게는 개 짖는 소리 아니었던가
가진 것이 있어야 풀칠이라도 할 것 아닌가?
품은 것이 없어 펼칠 것도 없으니
이젠 어데다 하소연을 할 텐가
입이나 열어 면치레나 둘러보게
자네가 온갖 넋두리 퍼내도
내 들어준다 한들 풀리기나 하겠는가만
산천이 하루같이 변하는데 왜 자네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타는지 나는 모르겠네
이보게 나좀 봄세
풀어도풀어도 끝이 없다면 실타레를 버리게나
쥐고 있어봐야 뭬 쓰겠는가
허허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척이라도 해야지 원
꿀이나 사올 것을 헛걸음 했나 보구먼
일어서니 귓전이 필요하면 부르게나
세상의 귀는 밤낮으로 열려있다네.
보내는 내가
이보게나
내 품은 것은 무명초라
시와 때도 없이 밖으로 나가면 지천에 널려있다네
허나,
거들떠도 안보는 이것을 나는 쥐어 잡고 있음이야
주섬주섬 모아 이곳저곳 돌며 뱉어내면 주정일 뿐
정신들고 아침들면
씨알빠진 나락같아 까마귀도 오지 않네
삭이고 삭여
품고 쟁여 뒀다가 안주삼아 혼자 먹고 살 것일세
어디, 뭐가 나오나 털어봄세
보시게나 아무것도 없다네
나는 아무것도 없음 일세
허험,
미안허이
風磬 윤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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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싶은 시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