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동
왜 바빠야 하나. 바쁘면 근심도 없어지고 시간도 빨리 가고, 잡생각도 없어지고, 세월이 약이겠지요? 근심 없이, 잡생각 없이 사는 것이 행복한가? 인간이 무슨 기계요? 시간 빨리 보내려고 태어났나? 그럼 빨리 죽지 왜 살아?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인데 팔자 늘어진 생각만 하고 자빠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팔자 늘어진 생각을 하는 것도 행복한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적당한 노동 그리고 그에 따른 적당한 대가로 먹고 싸야한다. 그 외의 시간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에 몰두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 어떤가요?
지난달인가 진단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병원에 갔었습니다. 약값을 찾기 위해 현금출납기 앞에 서있었습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탄 사람이 옆에서 허우적대며 답답해하고 있었습니다. 목에 감긴 목도리를 풀고자 했지만 팔을 움직일 수 없어서 목을 이리저리 비틀고 입으로 물어 제치는 등 힘들어 했습니다.'제가 걷어드려도 될까요?' 하니까 저를 빤히 쳐다봤습니다. 아마도 인상이 험악했겠죠. 당황한 듯 반문했습니다. '네?'허락도 안 받고 나는 목도리를 걷어주었는데 목도리 안에서 지갑이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지갑을 주워 그에게 주었더니 그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 대신 돈 좀 찾아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나는 말했습니다. '돈을 갖고 튈 수도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하니까 껄껄껄 웃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노동을 제공했지만 그는 나에게 그 노동의 대가를 줄 의무가 있나요? 내가 요구하기도 전에 나는 그의 미소를 대가로 받았습니다.
어젠 고마운 분이 문병을 왔습니다. 하도 술을 처먹어서 그런지 며칠째 고꾸라져 거동이 힘들었죠. 아! 아픈 사람 곁에 누가 있다는 것이 이리도 안심이 될 줄이야. 육신의 아픔이 절로 낫는 듯했습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문병에 대한 어떤 대가를 줘야할 까요? 문병으로 인해 편안함과 고마움이 들었다면 이미 대가는 지불한 것입니다. 찾아 온 분도 그것을 원한 것이고요.
일반적의미의 의식주를 위한 노동에 비해 배려가 깔려있는 노동은 대가가 없어도 묘하게 기분 좋은 것입니다. 특히 안면이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준 노동은 기쁨이 몇 배에 달합니다. 노동을 돈과 의식주에 결합시키기 보단, 노동을 봉사라는 말로 구분지어 미화하기 보단,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의 도구로 써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좌우를 살피고 있다면 차를 세워 먼저 건너게 해보세요. 뒤에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빵빵 거리면서 당신에게 항의 하겠지만 당신의 작은 발목노동이 행복으로 가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대가도 없고 기분도 나쁜 노동의 경우겠지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를 고민해봤다면 대가도 없고 기분도 나쁜 노동은 최소한으로 줄어 들것입니다.
2007.03.05 08:00 바람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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