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자
언제부턴가 방문 근처에 아주 작은 개미들이 기어 다닌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팔이 근질근질할 때가 있는데 그 작은 개미가 내 팔에서 전력질주 중인 것이다. 방에 먹을 것이라고는 소주하고 물 뿐인데 뭘 먹겠다고 돌아다닐까? 곰곰이 생각하던 중, 사료봉지가 하나 보인다. 햄스터 암수를 키우고 있는데 그 녀석들 사료다. 개미를 추적하던 중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그 사료봉지 주변임을 알게 됐다. 어떻게 사료봉지가 이곳에 있는 줄 알았을까? 저 사료봉지를 천장에 매달아 놓으면 천장까지 올라갈까? 잔인한가? 개미들에겐 사료봉지가 63빌딩 아닐까? 암벽등반 그만하라고 사료 한 두알 던져줬다. 소설 ‘개미’가 떠오른다.
그건 그렇고,
덥다. 비가 콸콸 좀 내렸으면 좋겠다. 겨울이 올 때까지 매일매일. 요즘 번식기인지 동네 새들이 난리다. 공원마다 참새도 많고 난 생 처음 보는 새들도 날아다닌다. 새들이 많다는 건 먹이가 있다는 것이고 그 많은 먹이들이 사는 건 이곳은 아직 오염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엄니는 늘 환생하면 새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어디든 마음대로 날아갈 수 있다고. 그러고 보면 꽃처럼 산새들을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 없다.
그건 그렇고,
벼룩의 간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간이 있기는 있나? 벼룩으로 검색을 해봤다. 벼룩도 종류가 많다. 사진들을 보며 다시는 검색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벼룩의 간도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어릴 때 빈대가 궁금해서 현미경으로 본 뒤론 빈대도 안 본다. '벼룩시장'이라는 말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벌레와 곤충의 차이는 뭘까? 바퀴벌레는 벌레인가 곤충인가? 여기저기 뒤져보니 개념이 선다. 궁금하면 찾아볼 일이다.
그건 그렇고,
커튼을 건 쇠로 된 봉이 떨어지면서 커튼과 함께 화분을 덮쳤다. 화분은 내 주먹만 하다. 작은 사고라도 곧 저세상인 것이다. 잎들이 시들시들하더니 누워버렸다. 화분을 욕실로 옮기고 물을 주며 세수하러 갈 때마다 지켜봤다. 잎들이 일어선다. 다시 섰다. 조금 찢어진 잎들도 있지만 다시 꼿꼿하게 섰다. 살고 싶었을 게다. 나도 살리고 싶었고.
예전에 들었던 물 이야기가 있다. 맞는지 모르지만 내용은 대충 이렇다. 두 개의 컵에 물을 담아 꽃을 하나씩 담아 놓고 커튼을 쳤다. 교수는 제자를 불러 한쪽 물엔 ‘나쁜 물’이라고 말하고 다른 컵엔 ‘사랑한다’고 말하도록 시켰다. 제자는 컵에 물이 있는지 꽃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며칠 동안 교수의 지시대로 했다. 며칠이 지나자 ‘나쁜 물’이라고 들었던 컵의 꽃이 죽어버렸다. 물도 느낀다.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나. 화분에 있는 저 식물의 줄기와 잎이 다시 일어선 것은 나의 바람을 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세수를 할 때마다 일어나라고 했었다. 너도 살고 싶었고 나도 너를 살리고 싶었다. 그런 게 서로 잘사는 법 아닌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넘어지려하면 잡아주는 힘.
더 끼적이고 싶은데 힘들다. 좀 누워야겠다.
그건 그렇고 : 2010.06.06. 16:37 風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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