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사랑
내가 한 약속이란 강의, 읽기, 쓰기,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한 공부들, 사람들과 만나는 모든 것이다. 그것들을 우리는 그냥 할 일이라 한다. 출근하고, 만나고, 일하고, 밥 먹는 것도 할 일이다. 할 일과 내가 한 약속은 차이가 있다. 할 일은 싫든 좋든 해야 하는, 즉 개인 의지가 희석된 된 것이고, 약속은 내가 좋아서 꼭 하고 싶은 일이거나 통(通)한 사이에 맺는 것이다. 할 일에 비해 약속은 구속력이 강하고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전제가 깔려있다. 과거 맺은 약속들은 파기되기도 하고 새로운 약속을 하기도 한다. 약속을 했어도 지키는 날이 있고 지키지 않는 날이 있다. 이런 약속은 미룰 수 있는 할 일이지 약속이라 말 할 수 없다.
살며 많은 약속을 한다. 부모, 형제, 친구, 결혼, 신(神)과의 약속 등 셈도 어렵다. 약속이 많으면 지켜내기 힘들다. 추악한 변명을 섞어 대충 얼버무려 넘어가거나 상대가 이해해줄 것이라 믿고 약속을 저버린다. 별다른 죄의식도 없고 신체적 구속력이 없는, 즉 법으로 처벌 불가능한 약속은 어겨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쉽게 말해 어디서든 뱉고 보는 게 약속이 돼버렸다. 오늘까지 수천 년 동안 권력자들의 입이 더러운 입의 표본이 되어 온 이유 중 지키지 못하는 약속 남발도 한 몫 하고 있다.
사랑도 남발하기에 지키기 어렵다. 어디서든 뱉고 보는 게 사랑이다. 툭하면 사랑한다고 하고, 사랑이란 말을 많이 할수록 부부관계가 좋아진다는 둥 서양 심리학을 동양에 세뇌하느라 강사들이 진땀이다. 극장을 가도, 연속극을 봐도, 음악을 들어도 매체들은 온통 사랑타령이다. 저항하는 Rock도 없고 비판정신이 스며있는 Rap도 없다. 사랑 신봉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나라가 왜 이혼율은 세계 1위인가. 그때그때 감정에 충실하고 정리가 쉬운 서양인들의 사랑이 세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속과 사랑은 함부로 뱉어서는 안 된다. 맺기도 지켜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입 밖으로 뱉기 전에 나 자신이 '상대와 내가 통(通)했다'고 말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춘 인간인가부터 반성해야 한다.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보편된 지성조차, 보편된 삶의 방식조차 갖추지 못했다면 그리고 몸소 그렇게 실천하며 살고 있지 않다면 무덤으로 갈 때까지 뱉지 말아야 한다. 약속과 사랑은 누군가 원해서 맺으러 오기도 하지만 내가 원해서 맺으러 가기도 한다. 오는 것이나 내가 가는 것이나 현명한 사람은 쉽게 맺지 않는다. 약속 파기와 사랑의 파탄이 잦다면 나부터 돌아보는 것이 순리다. 나는 지키고 상대가 배신을 했다 해도 문제는 나에게 있는 것이다.
'당신과 맺은 약속, 당신과의 사랑은 내 인생에 있어 기쁨이었고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당신은 들을 자격 있는가.
글時 : 2009.09.29 13:41 윤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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