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10,736 추천 수 3 댓글 0
청량리역 단상(斷想) - 유권재
플랫폼, 눈앞에 늘씬한 다리 길게 늘여 햇살에 반지르르
윤나는 것이 마치 뒷골목 유리 상자의 마네킹처럼 전시
된 윤락녀의 스타킹 씌운 다리 조명에 번질거리는 섹시
함이다. 이따금 그 위를 숨차게 지나는 열차. 아, 바라만
봐도 울렁거려
기다리는 열차시각은 아직 멀고, 무료함으로 신문 가판
대 앞을 서성이다 문득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궁금하지
도 않은 안부 몇 마디 나누고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며
전화를 끊는다. 멀지 않은 곳에서 구급차의 사이렌이 살
같이 차도를 가른다. 건너편 플랫폼으로 열차가 숨을 몰
아쉬며 정차한다. 사정(射精)하듯 사람들을 쏟아내고 난
자를 향해 돌진하는 정자처럼 출구를 향해 몰려가는 사람
들. 생겨날 때의 치열함이 본능처럼 굳어있다. 이윽고 내
가 탈 열차가 도착한다. 내 좌석은 3호차 57호석. 사람들
이 몰려들고, 덩달아 부랴부랴 열차에 오른다. 모두들 자
리에서 연신 시계를 보며 재촉하는 표정들.
손에 쥔 내 차표에는 청량이-정동진이라 찍혀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
공지 | 우리시 시조의 이해 | 바람의종 |
1044 | 가을 - 신현필 | 바람의종 |
1043 | 선택 - 신현필 | 바람의종 |
1042 | 인생 - J에게 / 신현필 | 바람의종 |
1041 | '물때회'에 부쳐 - 신현필 | 바람의종 |
1040 | 평상심 - 신현필 | 바람의종 |
1039 | 반추 - 신현필 | 바람의종 |
1038 | 그대에게 - 김영덕 | 바람의종 |
1037 | 표상 - 김영덕 | 바람의종 |
1036 | 아버지 - 김영덕 | 바람의종 |
1035 | 길 - 김영덕 | 바람의종 |
1034 | 가끔은 산에 올라 - 김영덕 | 바람의종 |
1033 | 일상의 노래 - 김영덕 | 바람의종 |
1032 | 담백한 날을 위하여 - 김영덕 | 바람의종 |
1031 | 끝은 시작이어라 - 김영덕 | 바람의종 |
1030 | 불이문 - 김영덕 | 바람의종 |
1029 | 나무거울 - 김영덕 | 바람의종 |
1028 | 겨울편지 - 김민정 | 바람의종 |
1027 | 에밀레보다 푸른 사랑 - 김민정 | 바람의종 |
1026 | 가을편지 - 김민정 | 바람의종 |
1025 | 슬픔처럼 비가 내리고 - 김민정 | 바람의종 |
1024 | 한 잔의 인생 - 김민정 | 바람의종 |
1023 | 마음 한 장 - 김민정 | 바람의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