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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 송지은
그 날
월출산엔
달도 뜨지 않았다.
별빛만 비수처럼
짓푸르게 들이 박혀
장편의 서사시 하나가
밤새 끙끙 앓는데.
핑계는 언제나
진실보다 화려했다
누구와 눈싸움 한 번
질펀히 할 줄 모르는 채
층층이
안개에 덮인 듯
뿌연 시야로 살아오면서.
잊혀짐은 단순히
건망증 탓이라고만 했다.
어둠은 어두울수록
더 환하게 드러나고
그 날 밤
현명한 월출산에
달이 뜨지 않았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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