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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풍기(擧風記) - 장지성
참으로 오랜만에 도배를 하기 위해
온 집 안 가구(家具)들을 꺼내어 거풍을 한다.
장롱 뒤 먼지만큼이나 쌓인 세월이 풍화된다.
켜켜이 배가 부른 앨범 속 추억이며
설합에 유배당한 한 시절 옷가지들
이제는 한 치쯤 작아진 육신을 걸어 본다.
어디 말릴 것은 땀이며 눈물이랴
어디 젖은 것은 꿈이며 이상뿐이랴
간밤에 시달린 악몽도 빨랫줄에 널어 본다.
조금씩 가벼워지는 중량을 가늠하며
밀쳐둔 한 생애도 바람결에 나부낀다.
다시금 곧추세우는 바지랑대 파란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