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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잔 - 양점숙
지게미의 세상 맹물에도 잔은 넘쳐
오줌독 오기마저 잔술로 받아낸
뒤꿈치 묻어온 술내 봉화처럼 붉었다.
그림자 굵은 푸서리의 바람 속에서
정수리 뭉개지던 풋바심에 죽사발
술잔에 멍석말이한 세월 뼈대마저 노랗다.
뿌리 뽑힌 먹 장승 모로 누운 저녁엔
아버지의 사진첩, 삭정 끝에 달로 뜨고
흐려온 봄밤의 그림자 장지문 밖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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