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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나무 - 송길자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천(千) 개의 나로 태어났던가.
자라면서 가지 벋친 수천 개의 내가 너무 버거워
그때부터 하나 둘씩 나를 전지(剪枝)했느니
무거운 양 어깨와 고개가 땅에 끌려
날마다 파고(波高) 높은 그 무한 욕망에 갇히어
천 개의 발을 내디딜 적마다 만근(萬斤)이었느니
수없는 전지 끝에도 아직도 내가 남아
어디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나타나서
가다간 섬뜩하여 자주 발길 멈추었느니
산다는 것은 자생(自生)하는 그 천 개의 나를 다스려
하나의 온전한 나를 갖기 위한 것
그리하여 알몸으로 오듯 갈 때에도
하릴없이 알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오늘도 사정없이 툭툭 전지를 한다.
날마다 뻗어 있는 그리움
자라나는 역병(疫病)의 가지를
번호 | 제목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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