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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연서 - 최기남
비 그친 언덕 너무 달려가는 구름 위에
마음 먼저 실어보내고 무얼 그리 적고 있나
떠나지 못하는 것들 엎드려 눈이 붉다.
이따금 목 메이는 쓰르라미 울음소리
긴 편지 읽어주다 그 목소리 젖은 뜻을
이제야 깨달았는지 곱게 쓰는 풀꽃 연서(戀書).
한 발짝 내려앉으면 그렇게도 편안할까
들숨날숨 깊어가는 가을녘 풀숲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시간을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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