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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가는 사람 - 정일옥
벼루에 물을 부어 먹을 간다 혼을 간다
삼십여 긴 세월에 손과 옷은 먹이 되도
뇌리 속 깊은 골짜기에 먹물 한 점 튀겼을까.
해가 뜨면 같이 뜨고 별이 뜨면 같이 뜨니
어느 결에 필묵 놓고 환담이나 길게 할까
나 이제 먹물에 젖어서 후회 없이 가고 있다.
구름도 흘러가고 사계도 두루 돌아
주름주름 홈이 파인 황혼의 언덕에서
아직도 새벽인양 하여 먹만 갈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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