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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박 경 용
이레째 젖느라니
술맛마저 떫고 쓰다.
해묵은 내 갈증의
빌미를 알겠구나.
단 한줄
가늘고도 질긴
노랫말이 궁거운걸.
숨쉬기도 무거워
이토록 숨이 가쁘다.
산다는 일이 마침내
한 모금 맹물이듯
그 흰 맛
그 물맛 같은
한 소절(小節)이 목마르다.
▷원로시인 송라(松羅)는 포항시 송라면 지경리 출생으로 1958년 서라벌예술대학을 입학한 해에`동아일보’와`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1962년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시인은 시조시인·동시인·동화작가 등 폭넓은 창작영역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세간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단의 감투와는 외면하고 있는 고고한 참 시인.
`갈증’ - 이 시조의 표제가 말해주고 있듯이 시인의 `목마름’은 누구나 지니는 고독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물론 시인에 있어 고독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시인의 고독과 고통과 고뇌는 일상의 생활이나 상식의 둘레에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해묵은 내 갈증의 / 빌미’가 `단 한줄 / 가늘고도 질긴 / 노랫말이 궁거운’데 있음을 본다.
특히 화자의 인생관을 엿보게 하는 인생무상은 `산다는 일이 마침내 / 한 모금 맹물’임을 보여준다. 그런 인간이 산다는 일은 `그 흰 맛’ 즉 백치 같은 삶과 허무이긴 하나 화자가 바라는 진정한 생존의 의미는 오직 `한 소절이 목마르다’는 시인의 목마른 외침에 있다고 하겠다.
이일기 (시인·계간`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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