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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길리행 - 박권숙
한 시대가 가고 또 다시 한 시대가
유명의 깎아지른 물 한 보비 넘다 보면
등뒤엔 잊혀진 것들 기척만 남은 가을
바다의 후손들은 봉길리에 가서 운다
디딜 곳 하나 없는 울음의 영토에서
비로소 고요해지는 능바윗속 뼈 한줌
모래가 모래들을 바람이 바람들을
은칼로 베어내는 예각들의 먼 안쪽
한 시대 해안을 덮은 아, 축축한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