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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水彩畵) - 이병기
상쾌한 청명일(淸明日)에 밖에 나와 거닐어 보다
모란이 물 오르고 연한 수국(水菊) 속잎 피고
황량한 안뜰 그림자 비 온 뒤라 서늘하다.
어디나 오늘 따라 새로 찾는 산길 같고
마음은 어린 시절 욕심없이 맑아야지
살오른 물결도 좋아 날(蘭) 내음을 살리리라.
이런 때 상냥한 살결 서느러이 그려볼까
가장 아름답다는 말 이전에 사로잡은 빛
눈감고 앉는 사이에 구름 비껴 달로 뜨고.
이내 개인 아침 수채화 보는 마음이다
무언가 흐린 생각 종소리를 마셔가며
맑아서 심호흡 맞춰 늘 새롭게 거닐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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