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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雪原)에서 - 이근구
당신이 적어보낸
새하얀 편지 한 장
발신인 수신인 인사말도 없지만
순백의 은밀한 사연
눈부시게 읽었소.
나목에 걸터앉아 침묵에 잠겨있는
그것은 젊은 날 당신의 초상
티없는 백자
회상은 잃어버린 꿈
얼어붙은 눈물이외다.
추억은 철솔가지
눈꽃으로 쌓이고
그 무게 감당 못해 찢어지는 육신이여
그것은 젊은 날의 유산
평생의 업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