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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 이 서원
어쩌면 시방 저건
샛노란 별꽃일지 몰라
밤하늘 은성(銀星)들이
가지 끝에 앉아 놀다
촘촘히
마당 한 켠에
낙하하는 저 화원.
초승달 - 진성여왕
김 순태
곱게 쓸린 구중궁궐
뜬소문이 담을 넘고
눈꼬리 가늘게 뜨고
침전에 드는 미소년
귀닳은
千年 설화를
엿보고
있다.
<뽑는 글>
시조는 무엇보다도 율(律)과 격(格)이 있는 정형시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는 각 장이 지켜야 할 기본 율조와 한 장 안에서 호흡 마디가 넷으로 끊어
져야 하는 사음보(四音步)의 규칙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한두 자 정도의
가감이 가능한 것이다.
(1) 몸짓만 사리어도 흔들리는 구슬소리
옷자락 겹친 속에 살결이 꾀비치고
도도록 내민 젖가슴 숨도 고이 쉬도다.
(2) 꽃이 피네 한잎 한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위의 예시 작품(1)과 (2)를 비교하여 볼 때 (1)의 작품이 정형적인 시조형식에
맞는 율과 격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리라 생각된다. 간혹 시상의 전
개상 어쩔 수 없는 파격일지라도 이러한 시조의 형식을 알고 파격하는 것과 그렇
지 못하는 파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오늘날 많은 시조시
인들의 작품에서 시조 아닌 3행시를 대하면서 신진들의 올바른 시작태도가 요망
된다.
이서원의 <감꽃>은 시조 형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상 전개의 치밀성과
생생한 비유의 참신성으로 선명한 주제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평범한 소재 선택과 시어의 꾸밈새나 억지스럽지 않은 것이 오히려 시적
역량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으나, 중장의 '별꽃일지 몰라'의 표현은 시적 운율
과 긴장감이라는 점에서 다시 생각할 일이다.
강순태의 <초승달 - 진성여왕>은 시조 형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시상의
전개상 다소의 파격을 구상하고 있으나, 작품 내용의 형상화에 있어서는 효과적인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초승달의 이미지를 특수한 사실로 환치하여 시상을 전개
하고 있기 때문에 개성이 뚜렷하고 자신감 있게 자기 뜻대로 채색할 수 있는 익숙
함을 보여 주고 있다. 중장의 '미소년'의 운율과 이미지가 다소 부적절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종장의 '귀 닳은 천년 설화를 히끗 엿보고 있다'의 표현에서 우리 시
조가 앞서 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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