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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 마음의 빗살무늬는 어디에다 옮겨놓나 - 최 길 하
수몰이된, 수양개 강 마을에 와서,
강물결에 쓸려나온
빗살무늬 토기 한 조각을 주었네,
노을빛 황토에
빗살무늬가 아로 새겨진 작은 파편.
아득히 먼,
별처럼 먼,
그 까마득한 옛날에도
사람의 마음 속엔
빗살무늬 물결이 일었었구나!.
그래, 그러고보니,
눈이 폭 덮힌 날
아버지가 쉬엄~쉬엄~ 엮어짜던
지게등받이도,
뉘엿 뉘엿 해질녘
어머니가 쌀 일던
이남박 끝자리 물결 같은 주름살도,
두 분이 꾸벅~ 꾸벅~ 졸면서
참 잘도
척, 척, 지르고 다지던
가마니의 씨줄 날줄도
빗살무늬였구나,
빗살무늬였구나!
허 참,
그때 잘 새겨 두었더라면
아버지가 지게등받이 짜듯
내 삶의 무늬도
곱게 잘 짤 수 있었을 텐데,
어머니가 이남박 끝으로
물살을 살랑살랑 흔들어
돌이며 잡곡을 싸륵싸륵 밀어내놓듯
세상분별도 잘 했을 텐데.
재재한 세상소리 다 거둔
강 마을에 와서,
저, 큰 강처럼 세상을 건너가리라
다짐하러 와서,
강물결에 쓸려 나온
유전자 한 조각을 주어들고 바라보네.
아!,
내 마음의 빗살무늬는
어디에다 옮겨놓나.
이 이쁜 샛강 하나를
어디에 감춰둔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