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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기도 - 서정슬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개미를 한 마리 죽인 일이 있어요.
그 개미는 사람을 무는 놈이었어요.
팔다리를 따끔따끔 물길래
손가락으로 꼬옥 누른 거예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귀뚜라미 다리 하나 뗀 일이 있어요.
그놈은 방안을 운동장인 줄 알았나 봐요.
펄떡펄떡 뛰다가 앉아 있길래
가만히 뒷다리를 잡았더니 떨어졌어요.
그보다 훨씬 전, 아주 어릴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세상에 오기 전에 하느님 앞에서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고통을 주셨을까요.
왜 이런 괴로움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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