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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반장 - 권오삼
일 년에 딱 두 번
우리들의 투표로 뽑는
반장 선거.
이번 학기에는
누굴 반장으로 뽑아야 할까?
누가 반장으로 뽑힐까?
지난 일학기 때는
반장 선거 하루 전날
석이네 엄마가
어린이날도 아닌데
아무 날도 아닌데
교실로 오셔서
우리 반 동무 모두에게
골고루 연필 한 자루씩 나누어 주시고
선생님께는 커다란 선물을 하셨다.
이튿날 석이는 반장 선거에서
당당히 반장에 뽑히고
우리들은 축하한다는 뜻에서
힘차게 힘차게 박수를 쳤는데
누군가 나중 일기장에 이렇게 썼더래
'쳇, 그까짓 연필 반장도 반장이냐!' 하고.
또, 반장에 떨어진 철이는
저네 엄마보고
엄마도 연필을 사왔으면
나도 반장이 되었을 텐데
엄마 때문에 떨어졌다고
엄마를 보고 크게 원망하더래.
우리들이 석이를 반장으로 뽑은 건
그까짓 몇 자루 연필 때문이 아니고
석이가 똑똑하고 착해 보였기 때문인데
석이는 엄마 때문에 억울하게
'연필 반장'이 되고
철이는 똑똑해도 미운 짓 잘해 보였기 때문에
반장에 떨어졌는데도
철이는 엄마만을 탓하고
철이 엄마는 연필만을 원망하고.
이번 이학기에는 정말
누굴 반장으로 뽑아야 할까?
누가 반장으로 뽑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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