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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 엄기원
햇볕도 어두워서
못 오나 봐.
언제 봐도 햇볕은
담장 벽까지만 와
놀다 가버린다.
구멍가게에
놓인 곶감은
주인 할머니를 닮아
하얗게 늙었다.
저쪽 집
대문 앞엔
사나운 개가 앉아
우리가 지나가면
막 짖어댄다.
누가
저를 욕한 것처럼.
해지는 시간이면
누구의 아버진지
생선 마리 꿰들고
바삐바삐
저쪽 골목길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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