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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바다
-이상현 시, 정혜윤 그림
꽃게가
한 덩이 바다를 물고 왔습니다.
집게발가락에 꼭 물려 있는
조각난 푸른 파도.
생선가게는 이른 아침
꽃게들이 물고 온
바다로 출렁입니다.
장바구니마다
갈매기 소리가 넘쳐납니다.
쏴아쏴아
흑산도 앞바다가 부서집니다.
꽃게는
눈이 달린 파도입니다.
걸어다니는 바다입니다.
꽃게가
한 덩이 바다를 물고 왔습니다.
집게발가락에 꼭 물려 있는
조각난 푸른 파도.
생선가게는 이른 아침
꽃게들이 물고 온
바다로 출렁입니다.
장바구니마다
갈매기 소리가 넘쳐납니다.
쏴아쏴아
흑산도 앞바다가 부서집니다.
꽃게는
눈이 달린 파도입니다.
걸어다니는 바다입니다.
내 품속 어딘가에도 내 살던 마을의 나무와 돌과 바람과 구름 같은 게 숨어들어 있었으면 좋겠네.
남들이 내게서 무슨 향기가 난다고 숨 들이마시는 시늉을 하는 걸 보면서, 속으로 미소 짓는 사람
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 내 안에 바다가 있고 그 위로 갈매기가 날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출
렁이는 파도, 지워질 듯한 먼 섬에서 들리는 새 울음소리, 아련한 하늘 끝에서 아직도 꾸며지고
있는 신들의 이야기…. 동시 한 편이 이렇듯 내 감각과 상상을 살려 놓았네.
박덕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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