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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에게 미안해
김은영 시, 조성덕 그림
방문을 열면
닭들이 나란히 서서
나를 지켜본다.
울타리로 다가가면
쪼루루루 몰려나와서
고개를 갸웃거려
혹시 모이 줄까 하고
그런데 모이 안 주고
달걀만 꺼내 올 땐
정말 미안하다.
수산시장에 가서 가물치 한 마리를 사 온 적이 있다. 집에 오는 동안 가물치는 비닐 봉지 안에서 자주 퍼덕거렸다.
뜨뜻하고 둔중하고 힘찬 감각이 내 다리에 느껴지곤 했다. 그걸 솥에 넣을 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푹 곤 가물치를, 나는 냄새도 잘 맡지 못했다. 잡식성인 나로서는 의외의 일이었다. 나는 가물치와 잠깐 교감했고, 그로부터 내내 미안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가물치한테 미안해한 나를, 간간이 인간다운 사람으로 추억할 수 있어서 나는 좋다.
박덕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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