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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윤석중 시, 정지예 그림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아이가 편히 잠든 모습을 봐야 마음이 놓이는 아빠, 아빠가 떠나는 걸 보려고 잠을 미룰 줄 아는 아이의 대견스러운 표정…. 우리는 이런 장면을 만들며 일상을 엮어가지.
부자의 끈끈한 정이라 해도 좋고, 서로를 배려하는 가족애라고 해도 좋아. 세상살이의
원천이 이런 데 있는 거겠지. 아, 그런데 이 가족의 이별은 심상찮은 데가 있어. 동시의
대가 윤석중 선생은 1940년대 징용 떠나는 어느 집을 떠올리며 쓴시라고 밝힌 바 있다.
안타까움에서 건져 올리는 동심, 슬픔을 순화시키는 언어의 힘!
박덕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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