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법(詩法) - 매클리시(Archibald Macleish) / 이영걸 옮김
시는 둥근 과일처럼
만져지고 묵묵해야 한다.
엄지에 닿는 낡은 메달처럼
소리 없고
이끼 자라난 소매에 닳은
창시렁의 돌처럼 조용해야 한다.
시는 새들의 비약처럼
말이 없어야 한다.
시는 달이 떠오르듯이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달이 밤에 얽힌 나무로부터
가지를 하나하나 풀어 놓듯이
겨울 잎새 뒤에 있는 달이
마음에서 기억을 하나하나 풀어 놓듯이
시는 달이 떠오르듯이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시는 사실이 아니라
동등해야 한다.
슬픔의 모든 내력으로는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를
사랑의 경우
기울어진 풀잎과 바다 위에 뜬 두 불빛을~
시는 의미할 것이 아니라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