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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만수간(千雲萬水間)'- 한산, 심경호 옮김
자욱한 구름과 골짝 물
그곳에서 나는 한가롭다.
낮에는 청산에 노닐고
밤 들어 바위 아래 잠들면
세상은 살같이 흘러가고
세상 먼지 들붙지 않는다.
기댈 곳 없는 이 자유로움
가을 강물과도 같은 고요함.
심경호 교수가 자신의 책 '한시의 세계'에서 5월 27일자에 소개한 게리 스나이더의 시와 나란히 놓은 시다. 심 교수는 스나이더가 한산과 같은 시인이라며 '삶과 자연의 온 생명을 느끼는 일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동과 서, 고와 금을 뛰어넘어 자연 속에서 자유와 고요를 만끽하는 품새가 활발발(活潑潑)하다. 기댈 곳이 필요 없는 자유의 경지, 가을 저녁의 강물과 같은 고요의 깊이를 나는 아직 모른다. 모르지만 부러워할 줄은 안다. 자유와 고요는 서로 절친해야 마땅하다. 시끄러운 자유, 외로운 고요는 천격이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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