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 15
기다려……맛있는 걸……벌써 달아나고 말다니.
……오직 약간의 음악, 발 구르는 소리, 콧노래―
소녀들이여, 따스하고 말없는 소녀들이여,
너희가 맛본 열매의 맛을 춤으로 추어라!
오렌지를 춤추어라. 누가 잊을 수 있으랴,
자기 내부로 익사하면서도 그 감미로움에
반항하는 열매를. 너희는 그것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값지게 너희들에게로 몸을 돌렸던 것.
오렌지를 춤추어라. 더욱 따사로운 풍경,
그것을 꺼내 던져라, 그 성숙한 풍경이 고향의
대기 속에서 빛나도록! 작열하는 열매여, 한 꺼풀씩
향기를 벗겨내라. 저 순결하고도 벗기를 원치 않는
껍질과 혈연을 맺어라! 행복한 열매를
채우고 있는 즙과.
- R.M릴케, 「두이노의 비가」, 청하출판사,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