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샹송 - 이수익(1942∼ )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을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띄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우체통에 넣기 전에 주소와 이름을 다시 읽었다. 우표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밤새 쓴 편지를 아침에 찢어보지 않은 사람, 집배원을 봐도 가슴이 뛰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목석같은 사람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락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디지털이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송신자와 답신자 사이에 존재하던 ‘시차’가 사라지면서 기다림이 사라졌다. 우리는 설레는 법을 잃어버린 목석이다. 디지털 목석이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