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 고운기
흙 묻은 자갈이 낮잠 자는 옛길
새로 만든 도시의 사람 드문 골목길
강둑 기슭에는 꽃을 내려놓고 푸르게 움돋는 개나리 잎
뺏길 뻔하다 겨우 살아남은 언덕길
나는 자랑같이 자전거를 타고
머리카락 좀 흩날리면서
돌아오지 않을 강물과 인사도 나누다가
거슬러 거슬러
입에서 터지는 대로
거슬러 거슬러 가슴에 담은 정이
묵은 대나무처럼 솟구치도록.
―신작 시집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랜덤하우스)에서
▲1961년 전남 보성 출생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섬강 그늘’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