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엄재국(1963~ )
경북 문경시 산길 깊은 내화리
사과를 주렁주렁 매단 사과나무 한 그루가 명찰을 달고 있는데요
"지나다 목마르면
하나 따 드세요"
까치밥에 사람 밥 얹어 매달아 놓은 주먹만한 물통들
목젖 가득 찰랑대는 물소리
까치밥이 사라지자 '사람 밥'도 사라졌다. 개구쟁이들의 성년식 가운데 하나였던 서리가 실정법에 저촉되던 시기가 바로 근대화의 초입이었다. 새 나라의 어린이들은 다 크기도 전에 모두 도시로 몰려갔다. 농업은 폐기처분 당했고, 까치는 맹금류로 진화했다. 올해도 사과꽃 난분분할 것인데, 사과꽃 저마다 잘 아물어 속이 단단해질 것인데, 그리하여 돈이 될 것인데, 어디 '사람'이 있어, 금쪽같은 사과를 물통으로 내놓는단 말인가. 저 옹달샘은 우리가 다시 듣고 싶어하는, 아니, 우리가 잊어버린 전설, 전설일 것일레라.
<이문재 시인>
경북 문경시 산길 깊은 내화리
사과를 주렁주렁 매단 사과나무 한 그루가 명찰을 달고 있는데요
"지나다 목마르면
하나 따 드세요"
까치밥에 사람 밥 얹어 매달아 놓은 주먹만한 물통들
목젖 가득 찰랑대는 물소리
까치밥이 사라지자 '사람 밥'도 사라졌다. 개구쟁이들의 성년식 가운데 하나였던 서리가 실정법에 저촉되던 시기가 바로 근대화의 초입이었다. 새 나라의 어린이들은 다 크기도 전에 모두 도시로 몰려갔다. 농업은 폐기처분 당했고, 까치는 맹금류로 진화했다. 올해도 사과꽃 난분분할 것인데, 사과꽃 저마다 잘 아물어 속이 단단해질 것인데, 그리하여 돈이 될 것인데, 어디 '사람'이 있어, 금쪽같은 사과를 물통으로 내놓는단 말인가. 저 옹달샘은 우리가 다시 듣고 싶어하는, 아니, 우리가 잊어버린 전설, 전설일 것일레라.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