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산 등불 하나'-손택수(1970~ )
저 깊은 산속에 누가 혼자 들었나
밤이면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불을 켜고 잠들지 못하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눈을 뜨고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외눈으로
하염없이 글썽이는 산
그 옆에 가만히 등불 하나를 내걸고
감고 있는 산의 한쪽 눈을 마저 떠주고 싶다
도시의 불빛은 너무 많은 데다, 또 저마다 극성을 부려 그렇지 않지만, 외딴 산골의 불빛은 선명한 신호다. 반가운 인기척이다. 한밤중 산속의 불빛은 이야기를 빚어내는 불씨다. 그 불빛이 하나일 때, 그 불빛이 멀어서 가물거릴 때 이야기는 훨씬 풍성해진다. 등불이 하나 더 걸려 외눈박이 산이 두 눈을 뜬다면, 산 아래, 불면에 시달리는 수많은 외짝, 외톨이들도 등불 하나씩 들고 단잠 속으로 걸어 들어갈 터. 단꿈을 꿀 터.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