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태(1950~2003) '돌아오는 길'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
귀갓길에 꼭 뭔가를 사들고 들어가는 버릇은 아주 좋은 버릇이다. 오랜만에 일가친척을 찾을 때, 오랜만에 스승이나 선배 댁을 방문할 때, 빈손은 얼마나 커보이는가. 주머니가 비어 전화조차 드리지 못한 은혜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물며 오래 타향을 떠돌다 귀향하는 가장이나 장남임에랴. 하지만 시의 화자는 희망밖에 없다. 희망, 즉 가능성만 있을 때가 가장 힘든 때라는 사실을, 나는 겪어봐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늘 남아 있어야 한다. 짜디짠 자반고등어 같은 희망 한 손이라도. 가능성이 없을 때처럼 힘든 때는 또 없다는 사실은, 당신이 겪어봐서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