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장경(虛空藏經)'- 김사인(1956~ )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를 중퇴한 뒤
권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공사판 막일꾼이 되었다
결혼을 하자 더욱 어려워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떨어 먹고 도로 서울로 와
다시 공사판
급성신부전이라 했다
삼 남매 장학적금을 해약하고
두 달 밀린 외상 쌀값 뒤로
무허가 철거장이 날아왔다
산으로 가 목을 맸다
내려앉을 땅은 없어
재 한 줌으로 다시 허공에 뿌려졌다
나이 마흔둘
세상이 왜 이토록 곤고해졌을까. 요즘의 가난에는 왜 바닥이 없는가. 세 끼 밥굶는 삼 남매들이 그 얼마인가. 누가 이 사내를 에워싸고 꽁꽁 얽어매어 놓았나. 사내여, 지상에는 홑이불도 없어 하늘이불을 덮었구나. 빈 쌀독 같은 이 세상에 가난한 아비로 다시 돌아오지는 말아라. 존비(尊卑)가 없는 세상이거든 그때 오라.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