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최승호(1954~ )
개울에서 발을 씻는데
잔고기들이 몰려와
발의 때를 먹으려고 덤벼든다
떠내려가던 때를 입에 물고
서로 경쟁하는 놈들도 있다
내가 잠시
더러운 거인 같다
물 아래 너펄거리는
희미한 그림자 본다
그 너덜너덜한 그림자 속에서도
잔고기들이 천연스럽게 헤엄친다
어서 딴 데로 가라고 발을 흔들어도
손으로 물을 끼얹어도 잔고기들은
물러났다가 다시 온다
이 몸은 깨끗하지 못하다. 때와 찌끼와 종기 덩어리다. 목욕을 하거나 비단옷을 걸쳐 입지만, 부정(不淨)을 다 가릴 수는 없다. 부처도 우리의 몸에는 404개의 질병이 살고 있다고 했다. 모래성처럼 무너질 몸이여. 깨진 그릇 같아 항상 새는 육체여. 폐궁(廢宮) 같아 죽음이 사는 집이여. 미안하다, 내 더러운 발의 때를 입에 물고 도망가는 물고기여!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