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호수' - 손세실리아(1963~ )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封)해 본 적 있던가
한 사나흘 죽어본 적 있던가
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사람만이 골똘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꽝꽝 언 호수를 보면 출입을 끊고 화두를 붙들고 앉은 묵언의 선승(禪僧) 같다. 입을 꼭 다문 침묵 덩어리다. 혼자 끙끙거리는 것이 있다. 돌의 내부를 우묵하게 판 돌확처럼 한 사나흘 당신의 내부를 깊은 데까지 들여다보고 살펴보라. 자문자답해 보라. 얼음 호수는 겨울 한철 동안 생각의 질그릇이요, 생각하는 어항이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