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열차'- 이병률(1967~ )
이번 어느 가을날,
저는 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편지를 띄웠습니다
5시 59분에 도착했다가
6시 14분에 발차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이 시에 따르면 대륙의 사람들은 열차가 쉬어가는 역에서 잠깐씩 인척과 연인을 만난다고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본인의 행로를 알리는 전갈을 미리 보낸다고 한다. 열차도 사람들의 재회를 위해 역에서 15분쯤은 멈추었다 갈 줄을 안다고 한다. 만남은 영혼을 쉬게 하는 매혹적인 거실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사람보다 당신에게 기다림을 건네는 사람이 더 외롭다, 그는 당신의 선택을 선택할 수 없으므로. 오오, 기다림이라는 말의 대륙이여.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