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라창 로망스 - 윤진화
선한 아들은 바지라창에 꽃잎 새긴다
빛이 들어와 스밀 때마다
할머니 몸 위에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는 검은 꽃
꽃밭에서 노는 아이처럼 꽃을 따다
입에 몰기도 머리에 꽂기도,
배냇적 친구 종례 이름도 부르고
먼저간 노름꾼 남편 욕도 한다
문밖에 들썩대는 파도
이녁을 사내처럼 넘본다
옷깃을 여미고 문을 걸어 잠근다
거품 뱉는 사내는 시비 거는 건달이다
바지라창은 사지를 떤다
꽃동산에 나비를 잡는 할머니
죽은 남편이 날아다닌다
사방침 위로 남편이 날아다닌다
파도가 문을 덕컥, 덕컥 당긴다
자지 큰 사내가 욕보일라 한다
무심한 남편은 나비 따라 창을 넘어간다
아들이 문연다
창틈에 쌓여있던 인분이 꽃밭에 날아다닌다
할머니가 바다를 달린다
저기 남편이 나비 따라 바다 건넌다
시집올 때 입은 단홍 치마가 젖는다
바다가 허연이 드러내고 사지를 물어뜯는다
아들이 검은 꽃을 건져 품에 안는다
폭풍 지난 바다가 아들 발을 입 속에 넣어 핥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