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 성기완
양파의 달콤하고 매운 표면에 자잘하게 붙어 있는
너흴 보았어
어제의 브라운색 둥근 테이블과
불편한 나무 의자와
애써 행복을 감춘 어색한 손바닥의 소유자
패배를 자인하면서도 예절을 갖추는
나를 생각했어
나는 콜라를 마시며 말했지
존 레논이 죽었다는 말을 들은 건
중학교 때 조회를 서다가였다고
변성기가 지난 뒷줄에 서 있는 친구가
나직이 말해주었고 나는 차려 자세로 그 소식을
들었다고
너흰 가볍게 웃었지
그때 운동장의 흙은 약간 젖어 있었고
날씨는 쌀쌀했었지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살아 있어
우리는 불빛 아래 있었지
투명한 병 속에는 달콤하고 씁쓸한 자정 남짓의
욕정이 출렁였어
웃음의 파도 너머로 희끗희끗 보이는
추한 목덜미와
긴 머리칼의 계곡을 흘러나오는 검은 밤의
분칠한 물소리 위에 고야의 여인처럼 비스듬히 누워 있는
허옇고 솔직하고 더럽고 풍만한 몸들
나말고 여자말고 한 아이가 더 있었지
우리는 불빛 아래 때를 기다리며
있었고 나는 마침내 일어서서 더운 밤 속으로 나왔어
더운 밤 속을
거닐었어 병마개가 빠진듯 희미한 바람이 불었고
나는 그걸 마셨어
투명한 날개를 펴보며 어색해할 동안
아이의 얼굴에는
언덕을 넘을 때 푸른 풀들이 떨구는
상승의 땀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혀 있어
아이는 위에서 힘없이 그 아래를 올려다보고
테이블의 정령이 바로 너희들의 그런 권태를
하나로 묶기 위해 불빛을 받으며
때를 기다리는 거야
그때 벌레는 양파의 껍질에서 날아
허공을 택하지
gonna trip
somewhere unknown
아직 맛보지 않은 달콤한 끈기가
일식의 검은 구멍 너머 하얀빛의
해일로 흐를 것을 떠올리며
그 생각을 질겅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