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정(1948∼ ), ‘오리 한 줄’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末端)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뛰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우리의 시 가운데 어떤 시들은 동심에 닿아 있다. 이 시가 그러하다. 읽으면 천진난만해진다. 시절을 거슬러 돌아가 악동이 된다. 저수지에 ‘싱그러운 한 줄’이 되어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오리들을 떠올려보라. 북을 치듯 ‘꽥꽥대고’ 나아가는 우리들 유년의 음악대를 떠올려 보라. 그들을 밥상머리에 함께 앉은 식구라 불러도 좋다. 책상을 나란히 놓아 매일 함께 호흡하는 직장 동료라 불러도 좋다. 그리하면 좋다. <문태준 시인>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末端)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뛰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우리의 시 가운데 어떤 시들은 동심에 닿아 있다. 이 시가 그러하다. 읽으면 천진난만해진다. 시절을 거슬러 돌아가 악동이 된다. 저수지에 ‘싱그러운 한 줄’이 되어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오리들을 떠올려보라. 북을 치듯 ‘꽥꽥대고’ 나아가는 우리들 유년의 음악대를 떠올려 보라. 그들을 밥상머리에 함께 앉은 식구라 불러도 좋다. 책상을 나란히 놓아 매일 함께 호흡하는 직장 동료라 불러도 좋다. 그리하면 좋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