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 최영미(1961~ )
우연히 동승한 타인의 차
안전벨트로 조여오는 침묵의 힘
다리를 꼰 채 유리 속에 갇힌 상사
밀고 밀리며
스스로를 묶어내는, 살 떨리는 집중이여
짝사랑을 '살 떨리게' 의식하다 보면 꼴깍, 침 넘기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아 창피해서 영화 보러 절대 같이 못 간다. 수저 든 손 너무 떨어대 식사 절대 같이 못한다. 찻집 탁자 덜컥대는 거 불편해할까 봐 그 탁자 한쪽 다리 밑에 자기 발등 고여넣고 세 시간 버틴 이도 있단다. 짝사랑, 무섭다. 하지만 그렇게 자유롭고 흥미진진하고 신선한 사랑도 없다. '내가 연애시를 써도 모를 거야. 누군지 … 내가 너만 좋아했는 줄 아니?'
김경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