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 이문재(1959~ )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사학과 학생이던 시절 탁본을 뜨러간 적이 있었다. 풍경이 기가 막힌 서울 근교로였다. 그런데 그 주말에 애인 있는 우리 과 학생들은 다 거기서 다시 마주쳤다. 멋진 곳, 맛있는 음식 보자마자 바로 사랑하는 사람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강하거나 진짜 외롭거나, 아주 게으르거나 덜 열렬하거나.
김경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