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니고 다시 오리' - 고형렬(1954 ~ )
이곳은 처음 온 것이 아닌 것 같다
처음 온 것이라면 이렇게 배운다고 해서 금방
익숙해질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어쩌면 수도 없이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헬 수 없는 그 모든 것이 모두
사랑이 아니고는 돌아오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그토록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그 무엇 하나 네 웃음도
스스로 스스로라 말하지 않는다
저 덩굴장미의 꽃 한 송이가 그러하다는 것이니
이미 있는 것은 인이며 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이 아니고 다시 올 수 있겠느냐
불가에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누구나 죽는다는 걸 잊고 사는 것. 시인에겐 사랑 때문에 생이 주어졌음을 잊고 사는 것.
김경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