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 이도윤 (1957~ )
밭 매는 민요 같기도 하고
타령 같기도 하고
흘러간 유행가 같기도 한 나직한 노래 따라
담배 연기 자욱한 화장실에 들어섰다
해탈을 한 음정 없는 노래가
낯선 사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바지춤에 매달린다
수건을 두른 늙은 아줌마 쭈그려 앉아
식기 닦듯 얼싸안고 변기통을 문지르다
비누 범벅된 노래로
나를 힐끔 쳐다본다
남자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늙은 여인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무심의 노래다. 해탈의 노래다. 박자도 음정도 부끄러움도 없는, 화장실을 드나드는 남자들을 보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 오직 변기통만 열심히 닦는 이 여인의 삶은 적막하나 거룩하다.
정호승<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