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즐거움 - 정철훈 (1959~ )
식탁을 보라
죽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그래도 식탁 위에 오른 푸성귀랑
고등어자반은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남의 입에 들어가기 직전인데도
그들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한여름 땡볕 아래 밭이랑 똥거름 빨며 파릇했던
파도보다 먼저 물굽이 헤치며
한때 바다의 자식으로 뛰놀던 그들은
데쳐지고 지져지고 튀겨져 식탁에 올라와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펄떡이고 출렁이고 싶다
그들은 죽어서 남의 밥이 되고 싶다
풋고추 몇 개는 식탁에 올라와서도
누가 꽉 깨물 때까지 쉬지 않고 누런 씨앗을 영글고 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터지는 식탁의 즐거움
아, 난 누군가의 밥이 되었으면 좋겠네
우리는 서로의 밥이 되어야 행복해진다. 결국 서로 밥이 되지 않으려고 하니까 나라를 뒤흔드는 싸움도 일어난다. 인간이 한 마리 물고기보다, 한 개의 풋고추보다 밥이 되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정호승<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