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책, 다시 채석강 - 문인수(1945~ )
민박집 바람벽에 기대앉아 잠 오지 않는다.
밤바다 파도 소리가 자꾸 등 떠밀기 때문이다.
무너진 힘으로 이는 파도 소리는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아 너라는 책,
깜깜한 갈기의 이 무진장한 그리움.
누군가 그리워 잠 못 이루는 밤. 파도 소리는 그리움을 더 재촉할 뿐이다. 나는 가슴에 품고 있던 '너라는 책' 한 권을 펼쳐놓고 읽는다. 그리움의 책장을 자꾸 넘겨도 정지되는 페이지! 아무리 넘겨도 그리움 때문에 책장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는다. 눈물만 무진장 글썽여질 뿐이다.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 바람벽에 기대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풍경이 어쩜 이토록 생생하고 가슴 저릴 수 있을까.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