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 양문규(1960∼ )
산동네 돌담길 따라가다
꽃보다 먼저 사랑을 꿈꾸었으리
뒤척이는 몸 일렁일 때마다
사립문 금줄 타고 달빛에 젖었으리
옛날도 그 옛날도 그러했으리
해와 달 바뀌고
별이 바뀌었어도
노오란 꽃, 애기똥풀꽃
회상의 어조에서 현실의 부재와 결핍으로서의 회한의 정조를 읽을 수 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산동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고은 시인은 언젠가 그의 시편에서 '굴뚝 빠
져나오는 연기 보고 절하고 싶다' 하였으나 아기 울음소리 들리면 이제 그곳에 대고 절해야 하
겠다. 사립문 금줄에 달빛 젖었던 그 시절 아기똥풀은 아기 울음소리 장단에 맞춰 우쭐우쭐 흔
들리며 키가 자랐을 것인데…. 하지만 적막이 거듭 울타리 치는 산동네 아기똥풀은 그저 하릴
없이 옛날을 옛날을 울며 저 홀로 외로이 노랗게 피었다 지고 있을 것이다.
이재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