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꽃 - 박희진
1)美는 언제나 영혼의 거울인 눈앞에 있다. 산다는 것은 보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안 보는 사람에게 꽃은 없는 것.
2)물은 물 속으로 흘러서 끝이 없다. 돌은 돌을 보고, 나무는 나무끼리, 흙은 흙으로 더불어 말이 없다. 언제나 있다. 오직 말 많은 사람들만이 이렇게 연약하다. 살기도 전에 균열이 진다. 죽기도 전에 드러난 해골에 구린 남루의 살을 걸치고 아우성친다. 그 중 묵묵히 고뇌를 견디는 소수의 사람만이 물건을 낳는다 그들의 일하는 손가락 끝에서. 하늘에 솟는 탑, 병, 항아리, 복숭아 연적 따위.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있다.
3)시인은 보는 사람 모든 것을, 넋 속의 죽음, 죽음 속의 넋까지도. 음악을 듣는 귀엔 고요가 들리듯이 나무를 보는 시인의 눈엔 땅속의 뿌리가 보이는 것이다 바위까지도 꿰뚫고 뻗는.
그러나 뿌리는 안 보이는 땅속에 깊이 묻혀 있어야 한다 줄기가 억세고 그 꽃이 탐스럽기 위해서는. 고뇌의 보람은 언제나 꽃, 꽃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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