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1941~ ), '마지막 물음'
전화기도
TV도
오디오 세트도
컴퓨터도
휴대폰도……
고장나면
고쳐서 쓰기보다
버리고
새로 사라고 합니다
그것이 더 싸다고 합니다,
사람도 요즘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의 가정도
도시도
일터도
나라도
이 세계도 ……그렇다면
고칠 수 없나요.
버려야 하나요
하나뿐인 나 자신도
버리고
새로 살 수 있나요
마지막 물음인가요. 저는 얼굴 반쪽 고쳐서 새것으로 내놓고
다른 반쪽 숨기고 TV를 봅니다.
물론 신제품입니다. 비극은 희극으로 바꾸어 새것들과 함께 견디면서 삽니다.
아! 마지막 물음인데, 그것마저 새것으로 바꿀 수 없다면…….
박상순<시인>